느낌 게시판

대청호반 산책

고성훈 2005. 12. 24. 16:22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아들이 크리스마스 날은 직장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금요일 저녁인 어제 밤에 집에 와서 하루 밤을

자고 오늘 오전에 서울로 가게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 직장을 잡아서 돈을 번다고

성탄절 선물을 준비하여 멀리 부모을 찾아온 아들이 대견하고

고맙기까지 하다. 코흘리개 어린 아이로만 생각되는데

이제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다.

 

아내는 갈비탕을 끓여서 아들의 아침을 든든히 먹여 보내려고

새벽부터 분주하다. 직장생활이 힘든지 아침에 좀처럼 일어나지를

못하는 아들을 깨워서 밥을 먹으니 10시가 훨씬 넘었다.

 

아들이 시집을 가서 가까이 사는 제 누이를 보러가겠다고 한다.

귀여운 조카 성재에게 줄 성탄선물로 운동화를 준비하여 방문하니

딸과 사위가 반색을 하고 성재가 함박 웃음을 짓는다. 보고싶은 성재를

이렇게 해서 다시 보게 되니 너무 반갑고 기쁘다.


 

 

아들이 갈길이 바빠서 잠시 머물다가 서울로 가기 위해 선사 시외버스

정류장으로 데려다 주었다. 키가 183Cm인 훤칠한 청년이 휘적휘적 간다.

아들을 뒷 모습을 보며 차를 돌려 돌아오는 길은 허전하고 쓸쓸하기만하다.

딸은 제집에서 아이와 남편 시중에 바쁘고 아들은 일을 찾아 서울로

가니 남은 것은 우리 부부뿐이다. 썰렁하니 둘이 남으니 겨울의 찬바람이

가슴으로 파고 든다.

 

쓸쓸한 표정으로 옆 자리에 앉아 있는 아내에게 '여보! 대청호로 드라이브

할까?'하고 제안을 했다. 아내는 '그렇게 하지요.'한다. 나는 차를 돌려서

대청호반으로 몰았다. 눈이 다 녹았지만 그늘진 곳은 얼음판이었다.

조심 조심 달려서 대청호반에 이르니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한 느낌이

다가 온다.


 

 

무엇이 바쁘고 분주한 지 대청호를 와 본지도 오래됐다. 우리가 오지 않은

시간에 대청호반은 많은 단장을 했다. 관광객들이 대청호 전망대에서 호반을

구경하기에 편리하도록 시설을 많이 보강하였고, 호반 가까이로 산책로를 신설하여

관관객 중심의 시설이 되어 있었다.


 

 

종전에는 군사적으로 보안목표를 지키는 것에 중점을 둔 느낌이 강했는데

이제는 관광객이 즐겁게 구경을 하고 즐길 수 있는 쪽으로 많이 관심을

둔것 같다. 아내와 나는 전망대에서 호반을 구경하고 산책로를

따라서 산책을 하면서 데이트를 즐겼다.

 

 

아내는 아내대로 나는 나대로 바쁘게 살다보니 이렇게 호젓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언제였나 싶다. 우리들의 추억 속에는 함께 여행을 하고

즐겼던 추억의 편린들이 많은데 정년퇴직을 하고 나서 어쩌면 정신적으로

더 여유를 잃었던 것이 아닌가 반성이 된다.

 

바쁜 직장생활을 하면서 주기적으로 여행을 하고 좋은 경관을 찾아 즐겼는데

퇴직을 한 후에 오히려 시간은 많으면서도 그런 여유를 찾지 못하고

산 것이 아닌가 아쉽기만하다.

 

참으로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자동차 드라이브를 하고 대청호반을

돌아보며 호젓한 시간을 보내고 보니 더 없이 행복하고 편안하고 자유로운

느낌이 든다. 내가 원하면 언제나 내 곁에서 함께 있어주는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새삼 느껴본다. 사랑하는 여보!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내 인생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되겠다고 다짐해본다.

 

2005.12.24 성탄 전일 아내에게

                                                       고성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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