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언제부터 포항의 손 모양 조각이 있는 곳에 가보고 싶다고 하였다. 무엇이 바쁜지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오늘(2007년2월1일)에야 마음을 정하고 아내와 떠났다. 늦은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서니 열시반이다. 판암IC를 이용하려고 대전천 하상도로로 진입하여 경부고속도로에 들어서니 가늘게 눈발이 흩날린다. 오랜만에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자동차가 내 마음을 따라주지 못한다. 1시간여를 달리니 자동차도 내 마음과 같이 내닫는다. 옆 좌석에 앉은 아내는 연신 좋아라 감탄사가 나온다. 이렇게 신나서 좋아하는 여행을 왜 미루었나 싶다. 얼마를 달리니 구름도 쉬어간다는 추풍령 휴게도가 나타나서 우리도 잠시 들려서 휴식을 가졌다. 자판기에서 내주는 커피향이 코끝에 향기롭다.
평일이라서 고속도로는 붐비지 않았고 대구를 지나서 포항고속도로에 들어서니 더 한산하여 드라이브 길은 더욱 즐거웠다. 포항으로 들어서면서 구룡포 쪽으로 방향을 잡아서 달리다가 대보면 호미곶 쪽으로 좁은 국도를 택하여 들어섰다. 우리나라 지도의 포항 쪽 호랑이 꼬리부분을 해변을 따라서 구불구불 바다경치를 구경하며 달리는 기분은 유쾌 상쾌 통쾌 그 자체였다. 아내는 “햐.. 바다가 엄청 넓고 아름답다.”며 계속 감탄사를 연발한다. 집에서 출발하여 3시간여를 달린 후 호미곶에 당도하였다.
호미곶에 도착하니 영하의 기온에 찬바람이 세차게 불고 관광객도 적어서 을씨년스럽다. 점심식사를 하려고 음식점을 찾아다녀도 문을 닫은 곳이 많아서 찾아든 곳이 모델 횟집이다. 들어서니 앞선 한 팀과 우리 부부가 손님의 전부였다. 얼마가 지나서 외로운 혼잣 소님이 들어선다. 창문으로 내다보이는 작은 어항의 빨갖고 하얀 등대가 아름답다. 광어 도다리 회를 주문하여 아내와 맛있게 먹었다. 자동차가 아니면 쫀득쫀득한 회안주로 소주를 마시면 흥이 더하겠으나 운전을 해야 하니 낭패라~~ 시원한 매운탕 국물을 마시는 것으로 대신하고 호미곶 해맞이 광장으로 나갔다.
호미곶 해맞이 광장은 새천년 한민족해맞이 축전 개최장소로 일만삼천여 평에 기념조형물인 상생의 손 조각, 성화대, 영원한 불씨함, 공연장, 풍력발전모형, 연오랑세오녀상 등이 조성되어 있고 옆으로 등대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기념조형물인 상생의 손은 사람의 양손을 청동소재로 바다와 육지에 각각 설치하여 서로 마주보는 형상으로 상생과 화합을 상징하였다고 하며, 변산반도의 천년대의 마지막 햇빛, 날짜변경선에 위치한 피지섬의 새천년 첫햇빛, 호미곶 새천년 첫햇빛 등이 안치되어 있는데 이 성화대의 불씨는 각종 국제대회 등의 성화의 불씨로 사용된다고 한다.
또한 광장에는 이 고장의 해와 달 설화의 주인공으로 금슬 좋은 부부상인 연오랑세오녀 부부가 마주 보는 형상을 한 조형물이 있다. 그리고 항로표시 관련 자료 320종 3838점을 전시하고 있는 국립등대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날씨가 너무 춥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아내와 부지런히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2월 첫날의 바닷바람은 품속으로 파고들어 아내는 숄을 머리까지 둘러쓰고 구경을 하고 사진을 찍는 손이 떨어져 나갈 것같이 시리다. 점심을 먹고 호미곶을 관광하다 보니 어느덧 16시가 되었다. 지금부터 출발해도 집에는 19시가 넘어야 하겠기에 호미곶을 뒤로하고 차를 몰았다. 시간 반은 달려서 청통휴게소에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해는 서산에 걸려서 산 넘어로 숨으려고 한다. 집에 도착하여 아내가 건네는 “여보! 너무 수고하셨어요!”라는 한 마디에 피로가 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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