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솔로지
석류 / 유진수
언제부터
이 불 같은 그리움이
텅 빈 가슴 속에 이글거리고
지난 여름 내 앓던 속은
더 이상 견딜 수 없구나
방울방울 맺어져 들끓던 힘은
이제 더 이상 속 안에 두기 힘들다
나 혼자 부둥켜안고
뒹굴고 또 뒹굴어도
자꾸만 더해가는 이 붉은 힘은
이젠 알알이 쏟아놓아야 한다
무한히 새파란 심연의 하늘이 두려워
나는 땅을 향해 고개 숙였고
온몸을 휩싸고 도는
어지러운 충만 이기지 못해
나 스스로 껍질을 부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