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솔로지
미선나무 / 정관호
온 세계에 딱 하나
형제조차 없는 외톨이 나무
이 땅에서 숨죽이고 자란다
봄 일찍
개나리보다 먼저
촘촘히 분홍 무리꽃으로
피어나는 전령사
꽃이 지면서 이내
부채를 닮은 열매를 달아
미선나무라는 이름을 받았고
귀하다는 소문에
이사람 저사람 몰래 캐어가서
한때 큰 수난을 겪기도
지금은 뜻있는 이들이 애써
지키고 가꾸고 퍼뜨려
가까운 공원에서도 볼 수 있게 된
이 땅에 홀로 사는 보배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