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솔로지

작약

고성훈 2019. 5. 29. 17:17



작 약 / 노천명

 

그 굳은 흙을 떠받으며

뜰 한구석에서

작약이 붉은 순을 뿜는다

 

늬도 좀 저 모양 늬를 뿜어보렴

그야말로 즐거운 삶이 아니겠느냐

 

육십을 살아도 헛사는 친구들

세상눈치 안 보며

맘대로 산 날 좀 장기(帳記)에서 뽑아보라

 

젊은 나이에 치미는 힘들이 없느냐

어찌할 수 없이 터지는 정열이 없느냐

남이 뭐란다는 것은

오로지 못생긴 친구만이 문제삼는 것

 

남의 자()는 남들 재라 하고

너는 늬 자로 너를 재일 일이다

 

작약이 제 순을 뿜는다

무서운 힘으로 제 순을 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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