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솔로지

모란이 피기까지는

고성훈 2018. 5. 7. 05:24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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